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전면전 임박? 긴장 고조되는 중동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 간의 충돌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공격 계획'을 승인하며, 중동 지역의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있습니다.
최근 양측의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군사 및 민간시설을 상공에서 촬영한 드론 영상을 공개하며 심리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즉각 '전면전'이 임박했다고 경고했습니다.
하이파 상공에서의 드론 촬영 영상 공개
이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 항구도시 하이파와 그 주변을 상공에서 찍은 9분 31초짜리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하이파는 이스라엘 제3의 도시로, 레바논 국경에서 약 27㎞ 떨어져 있습니다.
이 영상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헤즈볼라 최고위급 지휘관인 탈레브 압둘라가 사망한 후 양측이 공격 수위를 높인 상황에서 민간인이 밀집한 하이파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는 내용입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한 이후 매일 로켓, 드론, 미사일 공격 등 공중전을 벌여왔으나, 대체로 전투는 국경 지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공개된 드론 영상의 내용
헤즈볼라가 공개한 드론 촬영 영상에는 고층 건물이 밀집한 민간인 지역은 물론, 인근 공항과 군 기지 2곳 등 민감한 시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스라엘군의 아이언돔과 미사일 저장 시설, 항구에 정박한 군함과 선박, 석유 저장고 등이 헤즈볼라 드론에 그대로 노출된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이를 하이파 공격을 암시하는 것이라며 '전면전'이 임박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스라엘 카츠 외교장관은 "헤즈볼라와 레바논을 상대로 게임의 규칙을 바꿀 결정의 순간에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하며 "전면전 시 헤즈볼라는 궤멸할 것이고 레바논은 심하게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의 전면전 준비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을 내고 "레바논 공격을 위한 작전 계획이 승인됐다"며 "현장에서 병력의 준비 태세를 지속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군의 작전 승인이 즉각적인 전쟁 개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전면전을 위한 채비를 마치며 중동 지역 내 확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최근 양측의 공격 수위가 높아지자 레바논 주둔 유엔 특별조정관과 평화유지군 사령관은 "양측이 상황 오판으로 더 큰 분쟁을 촉발할 위험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헤즈볼라의 전투력과 전면전 가능성
헤즈볼라의 전투력을 고려할 때 전면전 시 이스라엘과 레바논 모두에 대규모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에서 정규군을 압도하는 가장 강력한 군사·정치조직이며, 가자지구에서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는 하마스보다 훨씬 우월한 전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됩니다.
로켓 정도만 보유한 하마스와 달리,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영토 깊숙한 지점까지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등 대량의 공습 수단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헤즈볼라는 이날 공개한 영상이 '첫 번째 에피소드'라며 이스라엘 영토 깊숙한 곳을 찍은 더 많은 영상을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헤즈볼라는 가자지구에서 휴전이 이뤄지지 않는 한 공격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전문가들의 견해와 미국의 대응
미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헤즈볼라가 2006년 이스라엘과의 전면전 때보다 더 강력하게 무장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스라엘 예비역 준장이자 군사 분석가인 슐로모 브롬은 "전면전 시 국경지대는 물론 이스라엘 영토 깊숙한 곳까지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어느 곳이든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우리가 베이루트 남부를 공격하는 것처럼 민간인을 겨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대선을 불과 5개월 남겨두고 중동 지역 내 확전 가능성이 커지자 초조한 기색을 보이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에이머스 호크스타인 대통령 수석 보좌관을 이스라엘과 레바논에 특사로 파견해 외교적 해결책을 촉구했습니다.
다만, 호크스타인 특사는 레바논에선 헤즈볼라 지도자들을 만나지 않고 헤즈볼라에 대한 영향력이 적은 나지브 마카티 총리 등 정부 인사들만 만났습니다.
미카티 총리실은 "레바논은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전면전의 부담과 현재의 상황
양측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으나 전면전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양측에 큰 부담이기 때문에 쉽게 단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여전히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레바논 역시 2006년에 이어 다시 한번 이스라엘과 맞붙기엔 경제난이 심각합니다.
이스라엘 예비역 준장인 아사프 오리온은 NYT에 "양측은 끊임없이 상대방의 레드라인에 도전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어느 쪽도 전면전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도 "양측 모두 (전면전을) 원치 않는다고 해도 언제든 쉽게 전쟁에 휘말려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중동 지역의 긴장은 계속해서 고조되고 있으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전면전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입니다.